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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과 불운이 공존하는 걸작, 구글 넥서스 10

SWEV 2016. 9. 13. 07:21

솔직히 말해 이런 물건이 있는 것 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아이폰/아이패드와 갤럭시 빼고는 듣보 소리를 듣는 한국 시장에서 넥서스라는 브랜드는 인기도 없고 인지도도 바닥이니까. 넥서스 10은 출시된지 4년이 다 되어가는 구형 태블릿이다. 거기에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출시된 적도 없다. 지금 국내에 돌아다니는 물건들은 죄다 직구로 해외에서 들여왔거나 일본쪽의 재고 물량이 2년쯤 전에 한국에 풀렸을 때 오픈 마켓을 통해 퍼진 녀석들이다.


그렇기에 이 글은 아마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의미가 없는 사용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쓰는 이유는, 어쩌다보니 수중에 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능성 있고 뛰어난 기계가 조명받지 못하고 묻히는 것이 아깝다. 그리고 기왕지사 글을 쓰는 김에 제품 자체에 대한 사용기 뿐만 아니라 다른 이야기들도 많이 풀어놓으려 한다. 그렇게 이 비운의 걸작이 얼마나 위대한지 이야기 할 셈이다.


△ 화면의 사양에 주목, 다시 이야기 하지만 이건 2012년도에 나온 기계이다.

리뷰 쓰면서 제품 스펙 늘어놓고 시작하는 건 별로 취향이 아닌데도 나무위키에서 굳이 사양표를 가져왔다. 워낙 보기 드문 물건이니 스펙을 한 번쯤은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아서다. 제조사가 삼성 전자다. 그때 당시에 이만한 태블릿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제조사는 삼성 전자 밖에 없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 항목에 보면 해상도에 굵은 글씨가 되어있는데, 지금에서야 가로 2560픽셀짜리 해상도의 모니터들이 흔하지만 2012년도 당시에 모바일에서 저런 디스플레이가 튀어나온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설명할 예정이지만, 2560x1600의 거대한 해상도 말고도 특별한 구석이 넥서스 10의 디스플레이엔 한 가지 더 있다.


출시 당시의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4.2 젤리빈이었고, 5.1 롤리팝에서 구글이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업데이트는 종료됐으나 넥서스라는 특성상 Cyanogenmod나 Omni처럼 유명 커스텀롬은 끊기지 않고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배터리가 9000mAh나 되는데, CPU가 당시로서 워낙 좀 규격외품에 가까운 물건이라 배터리 지속시간은 그렇게 썩 길지가 못하다. 약간 아쉬운 부분이지만 2016년 현재에 와서는 용도가 딱 정해져 있는 물건이라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스펙에 대한 이야기는 이만하면 됐고 본격적으로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성능

△ 모바일 CPU 치고는 보기 드물게 히트 스프레더[각주:1]가 달려있다.

프로세서로 사용된 엑시노스 5250이라는 이름이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넥서스 10과 일부 크롬북을 제외하고는 다른 기계에 들어간 적이 없는 물건이다. 삼성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규격외품에 가까운 괴물을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녀석의 GPU 성능이 정말 무지막지 하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스마트폰 해상도가 1280x720 수준에 불과했고, 일부 태블릿들이나 1920x1200 해상도를 썼기에 픽셀 양이 2배쯤 되는 2560x1600 해상도를 견뎌낼 수 있는 성능의 GPU가 아예 없었다. 결국 삼성은 저 어마어마한 해상도를 견뎌낼 수 있는 GPU를 때려박아 프로세서를 만드는데, 그게 엑시노스 5250 되시겠다.


△ 삼성의 엑시노스 5250 소개 페이지, 고해상도 지원을 가장 먼저 내세우고 있다.

엑시노스 5250은 고해상도의 화면을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 개발 됐기에 넥서스 10은 시스템 메모리의 거의 절반 가량이 그래픽 메모리로 할당되어 있다. 2GB의 메모리 용량중 800MB 이상을 GPU가 사용하는데 이는 2GB 램을 가졌던 당시의 스마트폰들에 비해서 서너배는 더 큰 할당량이다. 요즘엔 기술이 발전하여 비슷한 해상도를 가진 기계들에서도 저렇게 대용량의 프레임 버퍼를 쓸 필요가 딱히 없어져 버렸고 결국 저런 괴상한 VRAM 할당량은 넥서스 10만의 특징으로 남게 된다.


GPU 성능 뿐만 아니라 CPU 성능도 꽤나 괜찮았는데, 사실 듀얼코어에 1.7Ghz라는 클럭은 출시 당시인 2012년 말이나 지금이나 특별할 게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당대의 라이벌 기기인 아이패드 4와 대등 그 이상의 성능을 끌어냈고 드라이버 최적화가 완료된 시점에서 일부는 2배 가까운 성능으로 아이패드 4를 찍어눌렀기에 2016년 현재에도 성능상으로 부족함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아무튼간에 프로세서로 쓰인 엑시노스 5250은 진짜 여러가지로 좀 황당한 물건이다. 하도 신기해서 첨부파일로 데이터 시트를 올려둔다. 웃긴게 척 봐도 스펙 데이터시트 겸 개발 메뉴얼에 가까운데 사용자 메뉴얼이란다.

Exynos_5_Dual_User_Manaul_Public_REV1.00.pdf


△ 안투투 벤치마크의 결과. 45,000점이나 뽑아낼 줄은 몰랐다.

성능을 논하는 문단에서 정작 성능 이야기가 좀 겉돌았는데, 딱 잘라 말해서 느리지 않다. 2016년도 기준으로도 충분히 빠르다. 안투투 벤치마크는 해상도가 낮을수록 점수가 잘 나오는데 2560x1600이라는 높은 해상도를 가지고도 4만점 이상을 뽑아냈다. 4만점이라는 숫자가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대충 스마트폰의 안투투 점수가 4만점을 넘나들기 시작한 건 2014년이나 되어서의 일이다. AP 기준으로는 스냅드래곤 801AC나 엑시노스 5430정도, 그러니까 갤럭시 S5 시대의 물건들과 비슷한 성능이라는 의미 되시겠다. 다시 이야기 하지만, 이건 2012년도의 물건이다. 그리고 2016년의 스마트폰 중에서는 대략 팬택의 아임백 정도가 넥서스 10과 비슷한 성능이다.


원체 오래된 물건이니 애니메이션을 화려하게 넣으면 좀 버벅거리는데다 게임용으로는 영 시원찮다. 허나 글의 아래에서 설명할 사용 목적에 맞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아주 시원시원하게 돌릴 수 있다. 그러니까 성능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디스플레이

넥서스 10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해도 좋을 정도인 부분인데, 지금 기준에서도 이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이다. 적어도 2016년 현재 넥서스 10보다 더 낫다 싶은 태블릿은 딱 두 종 뿐이기 때문이다. 소니의 엑스페리아 Z4 태블릿과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모델을 빼고 넥서스 10의 디스플레이는 모든 모바일 디스플레이를 압도하는데 어째서 그러한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겠다. 내용이 쉽지는 않다. 그렇기에 아주 기초적인 이야기부터 하려 한다.


△ CMYK 인쇄의 원리를 표현한 그림.

CMYK라는 표현이 있다. 그리고 CMYK는 각각 시안(Cyan), 마젠타(Magenta), 옐로(Yellow), 그리고 블랙(Black)의 약자이다. 인쇄물 작업을 하는 곳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고, 각종 디자인과 관계된 업무를 본 적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중에서 시안, 마젠타, 옐로는 흔히 말하는 3원색인데, 이 3원색은 다른 색들을 섞어서는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원색(primary colors, 原色)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이 세 가지의 색을 적당히 잘 섞으면 이론상으로는 원하는 색을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이론상'이지만 어쨌든 그렇다.


△ 인쇄물을 아주 가까이서 확대해 보면 작은 점들이 보인다.

그런데 색을 굳이 섞지 않더라도 '섞은 것 처럼 보이게 작은 점으로 만들어 충분히 가까이 둔다면' 원하는 색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인간의 눈은 보통 아주 작은 것들끼리 가까이 붙어있으면 둘 사이를 잘 구분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멀리 있는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 처럼 멀리 있는 '점'들을 구분해 내는 일이 쉽지가 않기에 우리가 흔히 보는 책이나 종이에 인쇄된 내용들은 인간의 눈이 구분하기 힘들만큼 작은 점들을 찍어서 색을 표현한다. 이게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종이 인쇄물이 우리에게 색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 현실의 CMYK 잉크 카트리지. 컬러 프린터의 뚜껑을 열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CMY 3색을 가지고 인쇄를 하다가 문제가 생겼다. 실제로 색을 섞은 다음 종이에 뿌려 표현하는 것이 아닌데다가 잉크가 모든 색을 정확하게 '반사'[각주:2]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막상 종이에 3가지 색만 가지고 인쇄해서 보면 검정색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아예 검정색 잉크를 하나 더 끼워넣었고 Cyan을 Blue로 대충 얼버무려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Black의 B 대신 마지막의 K를 써서 CMYK 인쇄의 틀이 생긴다. 그리고 개인용/사무실용 소형 프린터가 아니라 대량의 인쇄를 해야 하는 인쇄소 같은 곳에서는 좀 더 진한 검정색을 표현하기 위해 Rich Black 같은 별도의 잉크를 쓰는 경우도 있고, 엡손처럼 중가형 프린터에도 6색 잉크를 끼워 넣어서 더 넉넉한 색 표현력을 가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자 이야기를 하다보니 인쇄물 기초이론까지 갔는데, 핵심은 이거다. 대부분의 경우 인간의 눈은 충분히 정밀하지 못하다보니 멀리서 여러 색을 보면 한 가지 색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가 보는 디스플레이, 즉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혹은 TV 같은 기계들이 우리에게 색을 보여주는 방법이 숨어있다.


△ LCD의 구조. PC나 노트북 모니터, 그리고 대부분의 TV가 이러한 구조로 이뤄져있다.

당신이 컴퓨터의 모니터로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아마 99%이상의 확률로 위의 그림과 같은 구조에서 만들어진 화면을 보고 있을 것이다.[각주:3] 뭐 대단한 이야기 같지만 가만히 보면 별 것이 아니다. 백라이트[각주:4]에서 나온 빛이 컬러필터를 거쳐서 우리 눈에 들어오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 컬러필터를 거쳐 나오는 빛의 양을 조절함으로서 색을 조절하는 것이다.


△ 인쇄물의 CMYK처럼 LCD는 RGB를 섞어 색을 만들어낸다.

빛의 양을 조절하는 것은 '액정'을 통해서 한다. 이 액정을 문짝처럼 이용하여 백라이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양을 조절한 뒤 그 빛이 컬러필터를 거쳐가며 우리가 원하는 색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리고 인쇄물에서는 C,M,Y를 섞어 원하는 색을 만들었지만, LCD에서는 빨강(Red), 초록(Green), 파랑(Blue), 즉 RGB를 섞어 색을 만들어 낸다. RGB를 모두 최대 밝기로 뿜어내면 흰색, RGB를 모두 최소 밝기로 줄이면 검은색이 되는 식이다. 그렇기에 TV나 모니터를 확대경이나 현미경으로 크게 확대해서 보면 위의 사진처럼 R,G,B로 구분된 3색의 컬러 필터를 볼 수 있다. RGB 세 색상이 모여 한 개의 '색점'을 표현하기에 이 RGB 한묶음을 '1픽셀(Pixel)'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R,G,B 각각의 컬러필터 단위를 우리는 '서브 픽셀'(Sub Pixel)이라고 표현한다.


쉬어가는 이야기 - 인쇄물과 화면의 밀도

제목에 밀도같이 어려운 단어 써놓고 뭐가 쉬어가는 이야기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 어쩔 수 없다. 나도 이렇게 골아픈 단어 안쓰고 싶은데 달리 표현할 방법도 없고 힘드니까 이걸로 욕은 안했음 좋겠다. 지나가는 김에 하는 이야긴데 물리학에서 말하는 '밀도'는 1cc(혹은 1mL)당 몇g의 질량을 가지는지를 표현하는 용어이고, '비중'은 1mL/g인 영상 4도씨의 물을 기준으로 잡아 몇배나 더 무거운 물질인지를 비교하는 용어이다. 즉 밀도는 어떤 물질의 특성에 대한 절대적인 수치이고 비중은 물에 대한 상대적 수치라고 보면 맞다. 또 생각 난 김에 적는데, 흔히 말하는 중금속은 비중이 4 이상, 그러니까 같은 부피라면 물보다 4배 이상 무거운 금속들을 묶어서 이르는 단어이다.


△ 인쇄물(위)와 디스플레이(아래)의 밀도에 대한 비교 표현.

인쇄물과 디스플레이 모두 밀도 개념이 있다. 보통 인쇄물은 DPI(Dots Per Inch), 디스플레이는 PPI(Pixels Per Inch)단위를 쓰며 문자 그대로 1인치당 얼마나 많은 점을 찍어서 표현하는지를 말한다. DPI든 PPI든 당연히 높은 쪽이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눈에 더 좋게 보이기 마련이며 보통 인쇄물들은 최소 300DPI, 최고급 인쇄물의 경우엔 1200DPI까지 가게 된다. 디스플레이의 경우에는 화면의 크기에 따라 PPI를 보는 기준이 달라져서 뭐라 콕 찝어 이야기할 순 없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300PPI 이상이면 보통 사람의 눈에는 충분한 수준이고, 요즘 나오는 모바일 기기들은 대부분 300PPI 이상의 픽셀 밀도를 가진다. 모니터나 TV는 워낙 화면이 커서 PPI를 키우기 어렵기 때문에 PPI 비교만으로 화질을 논할 수 없는 것은 주의하자.



△ 서브 픽셀의 배열을 바꾼 펜타일 디스플레이

자,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애플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도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각주:5]를 집어 넣으면서 스마트폰/태블릿 제조사들의 픽셀 밀도 경쟁이 시작됐는데, 이 과정에서 생각보다 불량 문제가 심각했다. 특히나 이 문제는 LCD보다도 OLED에서 더 크게 다가왔는데, 마침 위의 그림에서처럼 펜타일이라는 서브픽셀 배치를 개발한 미국 회사가 나타났고 삼성이 이 회사를 사들여서 자사의 OLED에 펜타일 서브픽셀 배열을 적용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펜타일 디스플레이라는 물건이 자세히 보면 썩 선명하지가 않았다. 기존의 RGB 스트라이프 배열보다 서브픽셀의 갯수가 훨씬 적기 때문에 그렇다. 2016년 현재야 500PPI 이상의 AMOLED들이 흔하게 나오면서 펜타일 디스플레이의 단점이 잊혀져가고 있지만, 태블릿의 경우 10.1인치의 사이즈라면 2560x1600 해상도를 집어넣어도 고작 300PPI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가독성 문제가 훨씬 더 커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삼성이 이때 당시에 2560x1600이나 되는 고해상도의 아몰레드를 만들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AMOLED 대신 LCD를 쓰려 해도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애초에 애플과 삼성을 제외하면 10인치 이상의 대화면 태블릿을 만들 회사 자체가 2012년 당시에 없다시피 했는데,[각주:6] 그러다보니 애플 말고는 팔아주지도 않을 고해상도 LCD 패널을 만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삼성전자는 자사의 AMOLED를 꾸준하게 밀어주던 입장에서 LCD 기반의 고성능 디스플레이를 굳이 만들 필요가 없기도 했고. 이야기가 길었는데 결국 10인치급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AMOLED는 펜타일 배열의 가독성 문제가 있는데다 고해상도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했고, LCD는 만들어줄 공장 자체가 거의 없었다는게 요지이다.


△ 결론적으로 넥서스 10은 아이패드와의 경쟁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아이패드가 시장에서 엄청나게 팔려나가며 태블릿 시장을 집어 삼키자 구글이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대형 태블릿 시장을 애플이 독식중이었고, 애플의 경쟁업체인 구글 입장에서는 이걸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결국 구글이 10인치 태블릿 시장에 진출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삼성을 파트너로 골랐고, 넥서스 10이 탄생하게 된다.


넥서스 10의 디스플레이는 삼성제 10.1인치, 2560x1600 해상도에 RGB 스트라이프 서브픽셀 배열을 가진 PLS[각주:7] 패널이다. 펜타일 AMOLED의 가독성 문제도 없고, 아이패드 이상의 초고해상도와 픽셀밀도를 갖추어 완전무결에 가까운 디스플레이가 이러한 연유로 탄생하게 됐다. 넥서스 10의 압도적인 디스플레이가 튀어나오게 되기까지 이리도 복잡한 기술적, 상업적 사정이 얽혀 있었다. 저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태어난 넥서스 10이라는 태블릿은 그 존재 자체가 어찌보면 기적에 가깝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와, 고작 태블릿 리뷰 하면서 디스플레이 한 파트 설명하는데 이렇게까지 긴 설명이 필요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카메라와 배터리, 그리고 스피커

카메라 리뷰는 뭐 말하고 자시고 할 필요조차도 없다는 생각이다. 이 무거운 태블릿을 들고다니면서 사진 찍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테니까. 그냥 안드로이드 인증을 위해 달아놓은 물건이라고 생각하자.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에 무슨 인증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는데, 안드로이드에도 하드웨어를 호환성 보장을 위한 인증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안드로이드 인증 하드웨어의 조건에 500만 화소 이상의 후면 카메라가 있는데 그냥 딱 그거 통과할 용도로만 달아놨다 싶은 수준이니 카메라는 그냥 생각을 말자. 요즘 카메라 좋은 스마트폰이 얼마나 많은데 이걸로 사진을 찍고 있겠나.


배터리는 아이패드만큼 오래가지 않는다. 용량이 9000mAh씩이나 되어서 사용 시간이 길 것 같지만 출시 시기의 경쟁 기기였던 아이패드 3,4가 12000mAh에 육박하는 대용량 배터리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도 하고 안드로이드의 특성상 같은 용량이라면 배터리 효율이 iOS 기기들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들고 다니는 용도로 권하기엔 조금 부족하다. 들고 다니면서 막 쓸 태블릿을 고른다면 가볍고 배터리도 오래가는 넥서스 7 2013 버전을 쓰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점이 마냥 문제라고 하기도 좀 그런데, 이건 실사용 부분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 스피커가 정직하게 기기의 가로방향 좌우에 달려있다.

스피커는 놀랍다. 음량이 생각보다 훨씬 큰데다가 소리 찢어짐도 거의 없다. 그리고 스피커가 기기의 가로 방향 좌우에 하나씩 달려있기 때문에 동영상을 감상하면 자연스럽게 스테레오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경쟁기기인 아이패드의 경우 스테레오 스피커가 세로 방향 하단에 몰려있어 전체화면으로 동영상을 보면 이질감이 심각한데,[각주:8] 적어도 넥서스 10의 경우엔 그런 문제가 없다. 이건 굉장히 잘 설계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예비 구매자와 실사용자를 위한 팁 - 사용 목적과 커스텀 롬

실내에서 윈도PC나 NAS의 공유폴더 기능을 이용해서 내부 네트워크 망으로 PC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거나[각주:9]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용도로는 이만한 기계가 드물 것이다. 마침 화면비가 4:3인 아이패드와는 다르게 16:10이기 때문에 요즘의 16:9 동영상을 볼 때 여백이 덜 남는 편이다. 집에서 편하게 쓸 유튜브나 웹서핑 머신을 찾는다면 넥서스 10은 뛰어난 디스플레이와 스피커의 품질 덕분에 굉장히 만족도가 높다. 이 용도 하나만으로도 돈값은 하고도 남는다 말할 수 있을 정도. 공유폴더 접근용 파일 관리자 프로그램은 X-Plore, 플레이어는 MX 플레이어 조합을 권장한다. 특히 X-Plore는 공유폴더 접근 기능 이외에도 FTP나 클라우드 스토리지 관련 기능이 강력한데다가 인터페이스도 넥서스 10의 와이드 화면에서 아주 편하다. MX 플레이어에서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 파일이 있다면 DTS나 AC3 코덱이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이니 아래의 첨부 파일을 다운받아 압축을 푼 뒤 SD카드에 넣어두면 된다. 파일을 넣은 뒤 MX 플레이어를 실행하면 자동으로 코덱을 인식할 것이다.

libffmpeg.mx.so.neon.1.8.zip


또 한 가지 굉장히 좋은 용도가 있다. 소설이나 만화책 뷰어로도 좋다. 특히 화면 픽셀 밀도가 높은데다가 세로 방향으로 세워서 볼 때의 화면 폭이 묘하게 만화책 가로폭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그 용도로 쓴다면 정말 최고 수준의 감동을 선사한다. 나 같은 경우 어릴적에 보던 만화책을 헌책방에서 사다가 스캔 떠서 집어넣었다. RGB 스트라이프 서브픽셀 배열 덕분에 문자 가독성도 대단히 좋다. 페이지 숫자가 많은 PDF 문서를 보는 용도로 써도 좋을 것이다. Adobe ReaderPerfect Viewer 조합을 추천한다.


배터리 타임이 아이패드만큼 길지 못한 것은 분명히 단점이 맞지만 10인치 태블릿의 표준적인 용도가 실내용으로 굳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큰 약점이 아니기도 하다. 실내에서 폰의 작은 화면은 부족하고 컴퓨터 앞에 앉기는 부담스러울 때 10인치 태블릿을 쓰기 마련인데, 이 부분에서 넥서스 10은 충분히 제몫을 할만한 기기라는 뜻이다. 마침 중고 가격도 무지하게 싸다. 2016년 9월 현재 넥서스 10의 중고 시세는 32GB 모델 기준 대충 15만원 전후이다. 동급의 성능을 가진 아이패드4는 16GB 용량 모델도 중고 시세가 20만원 전후인데, 하드웨어적으로 훨씬 더 잘 만들어진 넥서스 10이 이 가격이라면 딱히 쓸데가 없어도 충분히 살만한 기기라는 결론이 나온다. 솔직히 말해 15만원에 이만한 품질의 디스플레이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보다 나은 디스플레이는 앞서 이야기한 엑스페리아 Z4 태블릿과 아이패드 프로 12.9 뿐인데 둘다 중고 가격이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 안드로이드의 새로운 대세 커스텀 롬, Omni

커스텀 롬은 Omni 롬을 추천한다. 넥서스 10이 구글의 공식 OS 업데이트가 끝난 기기이기에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를 쓰고 싶다면 필연적으로 커스텀 롬을 써야 하는데 전통의 커스텀롬인 CyanogenMod, 즉 CM 롬은 써보니 충전에 볼륨, 화면 전환 같은 부분에서 자잘한 버그가 너무 많았다. CM롬이 기대 이하라 굉장히 실망했는데, CM 다음으로 표준 롬에 가까운 Omni 롬을 써보니 그 말끔함과 간결함이 안드로이드 순정 AOSP 못지 않아 이 쪽을 권해도 될 것 같다. 완전한 순정 상태의 롤리팝 롬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지만 마시멜로의 최적화가 롤리팝 대비 뛰어난데다 넥서스라는 기기의 특성상 커스텀 롬 설치가 굉장히 쉽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공부를 해서라도 Omni 롬을 얹어서 쓰길 권하고 싶다.


△ Remix OS를 설치하고 키보드를 물리면 서피스 비슷한 느낌으로 쓸 수 있다.

그리고 뜬금없지만 이걸 오피스용 태블릿으로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사실 이 문제는 말하기가 민감한데, 넥서스 10 자체가 아이패드의 대항마로서 나왔으니 그냥 속편하게 이야기 하겠다. 아이패드 프로가 '생산성용 태블릿'이라며 어도비와 MS의 임원까지 불러가며 요란하게 키노트를 했지만 마우스를 쓸 수 없는 iOS의 한계가 있기에 나는 아이패드 프로의 키노트를 보며 저 부분을 굉장히 의아해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한심하게 생각했다. 데스크탑에서도 무거운 어도비 프로그램들이야 그렇다 쳐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MS 오피스를 활용성이 이렇게 떨어지는 상태에서 자랑스럽게 시연했다는 것이 나는 애플이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iOS가 마우스를 지원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 RemixOS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노트북으로 바꿔준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는 오래전부터 마우스를 지원했고 아이패드 만큼은 아니지만 호환되는 유무선 키보드도 많으며 때마침 RemixOS라는 걸출한 커스텀 롬도 나와버렸다. RemixOS는 딱 잘라 이야기 하자면 데스크탑 리눅스의 인터페이스를 안드로이드에 입혀놓은 커스텀 롬이다. 스마트폰/태블릿에 최적화된 안드로이드와 다르게 작업표시줄과 바탕화면 개념도 있다. 그래서 데스크탑 리눅스를 쓰는 감각으로 MS 오피스를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다. 작업 표시줄이 있기에 멀티태스킹도 iOS에 비해 훨씬 편하다. 윈도에서 쓰는 것 보다야 당연히 못하지만 이쯤 되면 이동중이나 카페에서 긴급하게 작업하는 용도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직접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를 물려서 PPT 문서를 작성하고 수정해 본 결과 그럭저럭 할만 했다. 어디까지나 그럭저럭 이지만 말이다.


일반적으로 권할 사용법은 아니긴 하다. 15만원짜리 태블릿에 5만원짜리 키보드와 2만원짜리 마우스는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니까. 22만원이면 씽크패드 X200s같이 문서작업에 엄청나게 좋은 노트북을 중고로 살 수 있다. 그러나 태블릿만의 장점은 고스란히 살아 있는데다 배터리 타임은 중고 20만원대의 노트북들 보다 나을 것이기에 쓰기에 따라 누군가에겐 굉장히 다재다능한 기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변태 같은 용도로도 쓸 수 있다는 것만 알아두면 된다.



마치며

△ 세워서 쓰는게 편하길래 세로 방향을 기준으로 꾸몄다.

기적적인 상황에서 탄생한 걸작이지만 이런저런 비운이 겹쳐 넥서스 10은 그 가치에 비해 너무나도 빛을 보지 못한 태블릿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리뷰의 제목이 기적과 비운이 공존하는 걸작이다. 구글의 까다로운 요구사양에 맞춰 삼성은 당대 최고의 하드웨어 기술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이 제품을 만들어냈지만, 갤럭시 탭 S를 팔아야 한다는 이유로 국내에 정식 발매 하지 않았다. 이렇게 불운한 기계도 드물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썼다. 이런 좋은 기계는 알려야 하니까. 쓰는 김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디스플레이에 대해서 한 번쯤은 가볍게나마 이야기 하고 싶었던 내 욕심도 채웠다. 힘들여서 쓰고 나니 어떻게 마무리 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더 생각 할 힘도 없으니 그냥 이쯤에서 마무리 한다. 추석 연휴 잘들 보내시라.

  1. Heat Spreader. 문자 그대로 열을 퍼뜨리기 위해 붙여준 구조물이다. 열을 퍼뜨려야 하니 당연히 열이 잘 전달되는 금속으로 만드는데, 요즘의 히트 스프레더는 발열의 분산 이외에 코어 보호를 위한 용도로도 흔히 쓰인다. 데스크탑용 CPU에서는 흔하지만 노트북이나 스마트폰/태블릿용 CPU에서 히트 스프레더가 달려 있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본문으로]
  2. 우리가 무언가 물체를 보는 것은 그 물제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을 보는 것이다. [본문으로]
  3. 99% 이상을 제외한 나머지는 OLED 모니터나 TV로 이 블로그를 보는 경우인데, OLED는 큰 화면을 만들기가 어려워서 모니터나 TV로 나온 제품이 굉장히 드물다. [본문으로]
  4. 발광 다이오드(LED) 혹은 형광등(CCFL)으로 만들어져 있다. [본문으로]
  5. 애플은 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알리기 위해 '레티나 디스플레이'(Retina Display)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Retina는 인간의 눈에 있는 '망막'을 뜻한다. [본문으로]
  6. 넥서스 10과 아이패드 4의 발표 이듬해인 2013년에 소니에서 엑스페리아 태블릿 Z를 만들면서 10인치에 1920x1200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쓰긴 했지만 이 때나 지금이나 소니의 시장 점유율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결국 묻혔다. [본문으로]
  7. 이것까지 설명하다가는 글이 정말 대책없이 길어질것 같아 간단하게 설명한다. PLS패널은 삼성이 만든 IPS 패널이라고 보면 거의 맞다. 좀 더 정확히는 2000년대 내내 LG의 IPS패널과 경쟁하던 VA패널이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패배하면서 삼성이 LG의 IPS 방식을 모방하되 특허와 관련된 부분들은 적당히 우회해서 만들어낸 패널 종류이다. [본문으로]
  8. 이 한심한 문제는 아이패드 프로 12.9에서나 해결되었다. [본문으로]
  9. 아이패드는 이 용도로 쓰기 위해서는 유료 앱을 사야 한다. 무료 앱도 있지만 광고가 너무 심하고 디자인이 눈뜨고 못 봐줄 정도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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