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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속사정 본문
솔직히 말해 이 여자가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꽤나 놀랐었다. 귀화한 외국인 출신의 국회의원이라니. '5000년의 유구한 역사 내내 단일 민족을 유지했다'며 교과서에 자랑스럽게 써둔 나라에서 쉽게 자리를 줄리가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 나라인 필리핀 출신에 나이도 젊고 심지어 여자이기까지 하다. 한나라당 치고는 유연하게 사람을 뽑았다며 조금 감탄했던 기억도 난다. 다문화 관련 정책들을 수립하기 위해 괜찮은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다. 어쨌든 한국에 들어와서 사는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입장을 가진 사람도 한 두명은 있는 것이 옳다고 여겼으니까.
그런데 그녀의 행보를 보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을 보면 특히나 그렇다. 툭 까놓고 이야기 하자면, 새누리당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하나를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자리에 앉혀놓고 총알받이 겸 상징으로 이용해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가 대통령 후보로 이야기가 나올 무렵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박근혜가 가진 무기는 대선과 총선을 가리지 않고 잘 먹혀 들어갔다. '박정희 시절에 대한 향수'와 '반공 프레임'이라는 두 가지는 선거철에 절대승리를 보장하는 어마어마한 무기였고 그 모습을 보며 향후 최소 10년 동안은 아이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거라 예측했는데, 한나라당에서 히든카드를 너무 빠르게 써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굳이 지금 대통령에 출마할 것 없이, 총선 한 두번 정도 더 거치고 난 이후에도 그녀의 지지층은 굳건했을 텐데, 어째서 지금이었을까 궁금했다. 선거철의 선전용도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능력이 검증된 적도 없는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당선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 자신으로 출마한 것인지도 모르겠는 상황에서 2년이 흘렀고, 최근의 뉴스를 보면서 그 답이 나왔다.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 40%. 이것이 모든 답을 말해준다. 아무리 개판을 치고 똥을 싸질러도 여전히 사람들은 그녀를 믿고 있는 것이다. 집권여당 대표가 회사돈을 횡령한 재벌을 풀어주자고 하고 국회의원들이 담뱃값을 올리고, 필리핀 출신 아줌마가 근로기준법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여전히 사람들은 그들에게 신뢰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헌재라는 어마어마한 위치의 기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해가며 정당 해산까지 하는 마당에도 지지율은 올랐다.
이쯤 되면 새누리당의 전략이 납득 되고 이해가 간다. 박근혜가 아니라 뽀로로를 앉혀도 대통령을 만들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리에 앉혀놓고 나면 무슨 짓을 해도 국민들이 믿어줄거라 판단 한거다. 나는 새누리당의 전략에 감탄했다. 그들의 판단이 놀랍도록 정확해서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이 와중에 아무것도 모르고 각각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앉은 그녀들이 국민들에게 오만 욕을 다 먹어가며 정치적 생명력을 잃어가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런식으로 살아가길 바라진 않았을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뭐, 나보다 호의호식 하며 잘 살아가겠지만.
사슴을 말이라 우길 수 있는 건, 그걸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현 정권과 집권여당이 저 지경인데도, 사람들은 사슴을 보며 말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나는 그래서 두렵다. 이 지저분해진 판을 도대체 누가 주도해서 치우고 정리해낼 수 있을 지 도통 감이 안잡힌다. 무서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