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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V
나는 숫자를 굉장히 못외우는 편이다. 숫자를 못외워서 현관 도어락의 비밀번호 대신 손가락이 움직이는 방향과 순서를 기억하는 수준. 그래서 키패드의 5번을 좌표 중심축으로 잡고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여가며 비밀번호를 누른다. 늘 그런 방식으로 문을 열다가 한동안 집을 떠나있던 탓에 손가락의 움직임을 까먹은 적이 있다. 결국 집의 도어락을 열지 못하고 세 번쯤 실패한 뒤에 문을 두드리는 바보짓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집 비밀번호는 동생 생일이란다. 날짜로 기억하면 기억이 나는데, 숫자들만 가지고 기억하려 하니 내 기준에서는 아주 당연하게도 기억하고 인식하기 어려운 숫자의 나열이었다. 엄마는 비밀번호 하나를 못외우는 나를 보며 어찌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으셨고, 동생은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내가..
컴터
2017. 5. 5. 09:06